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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문화

타이베이 여행 이건 알고가자(타이완 역사, 진과스)

꿀 단비 2020. 4. 2. 00:36

진과스에서 바라본 풍경
진과스 황금박물관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이 많아진 요즘, 전에 다녀온 여행이 더욱 그리워지고 자꾸만 그 때 그 사진을 꺼내어 찾아본다. 나는 타이베이 여행을 약 3년 전 8월 경에 다녀왔는데 어떤 공부나 정보파악 없이 다녀와서인지 여행하는 도중에도 다녀온 후에도 내내 아쉬움이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일반 사회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만약 다시 가게 된다면 기본적인 문화와 역사를 어느정도는 알고 가고 싶은 마음에 다시 만날 그날을 대비하여 이 글을 적는다.

 

  • 타이베이(타이완) 역사

타이완이 처음으로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은 15세기 중반에 포르투갈 항해사들에 의해서였다. 그들은 타이완 섬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아름답다는 뜻의 '일랴 포르모사'라고 불렀고 이후 타이완은 서양인들에게 '포모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1700년대 초 여전히 신비로운 섬이었던 타이완은 중국 남방 푸지엔성 사람들과 광동성의 하카족들이 이주해 오면서 본격적으로 이방인의 유입이 시작되었고 그 후 1895년 청일 전쟁에서 청나라가 일본에 패하면서 맺은 시모노세키 조약에 의해 타이완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우리나라로 칭하자면 청와대에 해당하는 타이완의 총독부를 포함해 타이베이의 수많은 건물들이 이 일본 점령 시기에 지어지 것이다.

1945년 일본의 패망과 함께 독립국가가 된 타이완을 지배한 건 장제스였다. 1949년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한 장제스는 국민당을 지지하는 백만 명 이상의 중국인들과 함께 타이완으로 건너와 중화민국을 설립했던 것이다. 국가 수립과 함께 수도로 선포된 타이베이는 성장과 번영을 거듭하며 1960년대 초 인구 100만 명을 넘겼고 1970년대에 200만 명을 넘어 지금은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아주 높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타이완의 인구 구성을 보면 순수한 타이완 원주민은 2%에 불과하고 푸지엔성 사람들과 하카족들이 약 85%이며 장세스의 국민당 정권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약 13%를 차지하고 있다. 푸지엔 성 사람들과 하카족들은 자신들을 타이완인이라 칭하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장제스와 함께 중국에서 타이완으로 넘어온 사람들을 외성인이라 격하시켜 부르기도 한다. 비록 타이완인과 외성인 사이에 눈에 보이는 감정적 등이 존재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정치적으로는 미묘한 교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 비오는 날 더욱 운치있는 황금도시 진과스

진과스는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 되었던 마을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에 의해 거대한 금광이 발견되었고 태평양 전쟁 때에는 일본군의 전쟁 포로들이 강제 노동을 한 슬픈 타이완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1970년대에 금맥이 끊기고 폐광이 되면서 급격하게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현재 재조명되면서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하였다.

매우 넓고 고즈넉했던 산속의 웅장하고 고요한 마을, 화장실에 물이 안나와 소변을 보면 내려가질 않는다며 앞에 들어갔던 관광객이 인상을 찌푸리고 나오는 바람에 나는 화장실을 그냥 건너뛰어야 했다. 그럼에도 눈에 선한 일본 잔재의 모습과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에 타이베이 여행을 한다면 꼭 한번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이곳에는 태자빈관이라는 단아한 건축물이 하나 있는데 일제강점기 쇼와 천황이 황태자였던 시절에 진과스의 광산을 시찰하기 위해 1922년에 만든 일본식 건축물인 영빈관이다. 황태자가 실제로 이곳을 방문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타이완에 남아있는 일본식 건축물 중에서 못을 사용하지 않고 세웠기에 사료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내부는 공개하지 않고 작은 일본 정원이 조성된 건물의 외부만 공개되어 있는데 실제로 가보면 목조건물에 빨간테두리가 있는 개방감있는 창문이 참 예쁘다.

일제식민지 시대를 겪었던 우리나라처럼 타이완의 역사도 그러하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알게 된 후 왠지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타이베이 사람들의 정 많고 따뜻한 모습을 보면 더욱 마음이 아파온다. 애국지사가 그들도 있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후대에 쓰라린 역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아 발버둥 쳤을텐데 나는 사연도 모르고 그저 황금을 만지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는 이야기에 혹해 황금박물관 견학을 갔다니.. 참 어리숙한 여행객이다.

말이 나온김에 진과스에 있는 황금박물관은 현재 관광객들이 필수로 다녀가는 핫스폿인데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무게 220kg의 금괴를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금괴를 문질문질했던 손을 주머니에 쏙 넣으면 그 복이 내 안에 들어와 부자가 된다고 한다. 나 역시 남편과 양 쪽에서 하나씩 손을 넣어 문지르고 주머니에 쏙 넣었는데 아직까지는 그 효력을 경험하진 못했다. 그냥 좋은 추억이겠거니 생각하고 있다. 또한 관 내에는 진과스의 역사와 광산에 대한 소품과 패널, 동영상으로 당시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을 빠져 나오면 왼편에는 갱도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관ㅗ스가 있다. 약 15분 정도 소요되는데 나는 시간관계상 참여하진 못했다. 그 앞 철길은 기분 좋은 산책로가 되고 박물원구 중앙휴게소에는 광부들의 도시락이었던 광공벤당을 판매하는데 밥에 돼지고기 튀김을 얹어 주는 덮밥인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 시장을 달래기에 좋다.

진과스에서 멋진 산새를 바라보며 카메라 줌을 당겨보면 권제당을 볼 수 있다. 권제당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우'를 수호신으로 모시는 관제사찰로 1896년에 창건되었다. 사찰의 지붕 장식이 매우 화려하고 3층 높이의 본전 위에 12m에 이르는 관우 좌상이 있는데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관우 동상이라고 한다. 황금박물관 앞에서도 보일 정도라 거리가 꽤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약 15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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